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또는 내가 느끼고 보는 범위가 너무 작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깜짝깜짝 놀랄 만큼 변하는 세상의 중심에, 바로 여기에, 내가 서 있는 것 같다. "세상"은 아닐 지언정 최소한 "생활"은 되겠다.
ZDNet Korea...TV에 로그온을 해야 한다면?
TV를 켜는 것이 아니라 로그온을 해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삶’의 일부라면?
임베디드 분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맘에 드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것이 삶의 가운데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환경, 기업 환경, 서버/메인프레임 환경 등에서 일하면서는 느끼지 못한 꼬옥 와 닿는 느낌. "꼭 그렇진 않았지만" 내가 고객인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는 그런... 설명이 쉽지가 않군. 느낌이 오는가? "내가 니가 되고 니가 내가 되는" 그런...
전산 기술이 어느 틈엔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동안, 점차 생활 속으로 천천히, 그리고 매우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 "졸업하면 인터넷은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하던 나는 집에서 월 1만 5천원 정도의 비용으로 자유롭게 보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그 덕에 자꾸 "한개티비"인지 뭔지 하는 것을 보라는 전화를 받기도 한다.
나의 몇 개 안되는 구글 알리미 주제 중 하나가 IPTV이고 지난 얼마간 이런 서비스를 위한 단말을 만드는 일을 했었다. 지금의 일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TV의 개념은 좀 약화되었지만 TV 기능과 인터넷 영화 관람 기능을 포함한 화상전화 시스템인데, 이런 물건을 만들다보면 확실히 일반적인 IT분야에서 일할 때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 그리고 보다 강렬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뭐냐면, 이런게 대충 만들어지면 이걸 쓰는 어떤 사람이, 이걸 쓰는 나의 친구가, 나의 가족이, 또는 내가 불편해지거든.
위의 링크를 따라 들어가 읽어보면 이런 내용이다. TV를 보기 위하여 로긴을 해야 하고(그렇다. IPTV 세상 이야기다. 모르긴 몰라도 얼마 가지 않아서 방송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TV를 제대로 보기 위하여" 제품을 업데이트 해야하고, 패치를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되버린 세상에서의 암울한 하루를 표현해두었다. 정말 공감이 간다. 어떤 관점에서 그렇냐면 오늘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제품에 대한 책임. 사회에 대한 의무. 책임. 달나라에 로케트를 쏘아 올리는, 사람과 침팬지의 97% 동질성을 확인하는,... 어떤 어렵고 획기적이고 대단한 뭔가가 아니더라도 그 작은 영향이 많은 사람, 혹은 온 국민에게 미치는 경우라면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그렇게 대단한 뭔가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결국, 엔지니어로써의 책임은 대단한 뭔가를 이뤘는가가 아니라, (그런 것은 사이언티스트에게 맡기고) 나와 이웃이 편안히, 안전하게,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 책임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책임있게 일하는 엔지니어와 책임있게 사업하는 기업이 만들어낸 기계가 우리 삶에 파고 들어 오면... 위의 글 만큼 암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어허... 오늘도 어께가 무겁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