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양반, 뭐가 재밌나? 교사 때리면."
심심하면 나타나는 공교육 때리기, 교사 때리기는 도데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문제점 지적하기
그게 사회문제에 대한 기자의 펜이든 팀워크에 대한 팀원의 목소리든, 뭔가 문제점을 지적하려거든, 그것은 반드시 긍정적인 목표를 위해서 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목소리는 단지 때쓰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니, 그 이상으로 받아들여서도 안된다.
근래에 보도되었던 "한국 교사 임금 OECD 상위권" 관련 기사를 포함해서, 접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교사나 공교육 현실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그런 의미에서 선의의 "문제점 지적하기"라고 하기엔 너무 부실하다.
“한국 교사임금 구매력 OECD 최상위권” : 국제 : 인터넷한겨레 The Hankyoreh
한국 교사들의 임금수준이 상대적인 구매력을 고려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상위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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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은 초등학교 교사의 20% 이상이 30세 이하로, 젊은층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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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업 외 업무까지 포함할 경우 한국 교사들의 전체 업무시간은 주당 44시간으로, 비교 가능한 18개국중 노르웨이(44시간)와 함께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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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대 학생 비율은 OECD 전체 평균이 초등학교가 교사 1명당 학생 18명, 중학교가 15.2명, 고등학교가 14.1명인데 비해 한국은 각각 32.2명, 21.9명, 22.5명으로 회원국들중 멕시코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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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OECD 국가의 학생 1명당 연간 교육비용은 초등학교 3천915달러, 중.고등학교 5천625달러, 고등학교 이상 1만1천720달러인데 비해 한국은 초등학교 2천838달러,중고등학교 3천544달러, 고등학교 이상 6천356달러로 크게 뒤졌다.
몇일 전의 OCED 최상위 어쩌고 하는 신문 기사가 생각나서 검색해본 내용 중, 한겨레 신문의 기사를 잘라서 인용했다. 그런데 다른 검색 결과나, 그리고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신문 기사의 내용은 첫번째 단락이 전부였다. (황당하군.)
보고서 원문을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위의 요약 기사로 볼 때 각 국의 교육 현장에 대하여 다양한 팩터를 이용한 분석을 한 모양인데, 그런 우스운 기사들은 이 중 첫번째 하나만을 부각하여 마치 우리나라 교사들이 엄청난 특권계층이나 되는 양, 떠들어 댄 것이다. (떠든 사람 칠판에 적어둘까?) 교육 현장의 이해에 있어서, 비교적 객관적이지 않고 각 국의 사회 경제 구조와 함께 파악하지 않고서는 지표로 사용하기 어려운 요소가 바로 그 첫번째 항목이라는 생각을... 무식한 나도 하게 되는데 말이다.
공교육 문제
위의 결과를 보면 우리 공교육 환경의 모습은
- 젊은 (여자) 선생님 위주
- 수업시간은 짧은데 업무시간이 긴 구조
- 상대적으로 1.5배 정도 과밀 학급 구성
- 상대적으로 0.75배 수준의 교육비용
이라는 얘기다. 아! 그래. 하나 빼먹었네... 교사들이 돈 잘 번단다. (적어도 대다수의 검색결과, 내가 본 신문은 그 부분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남자 교사의 비중이 매우 적고 젋은 여자 교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아마도 연령대가 낮아진 것은 몇 년 전에 있었던 (정년 조정, 명예 퇴직, 임용 정체 해소, 오히려 인력 부족, 중초임용,... 등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물갈이의 결과인 것 같고, 성비가 심하게 틀어진 것은 교사가 되고 싶은 남자가 별로 없어서겠지. 예전에 주었던 특혜(RNTC 과정을 통한 병역 혜택)도 없어지고...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것은, 결과적으로 돈 잘 번다는 직업이면서 (최소한 남자들에게는) 인기는 없다는 뜻인데... 말이 되나?
요즘의 (특히)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젊은 선생님이 자신의 아이를 맏아주기를 그렇게도 바란다고 한다. 내 단골 안경가게는 꽤나 지긋하신 분이 아저씨급의 조수 엔지니어 한 명을 두고 운영하는 곳이다. 지금은 꽤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곳을 고집하는 것은, 지긋한 그 분에게서 왠지 경륜과 믿음직한 느낌이 베어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교육에 있어서, 내 아이를 맡기는 상황에서 경륜과 믿음직함이 필요한가? 그런것 같다. 그런데 왜 젋은 선생님을? 아마도 교사의 역할이 아이들의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의 친구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딘가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 몇년 동안 다녔던... 유치원의 젋은 선생님들에게 익숙해져서 그들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대학생 시절, 한 교수님과 나눈 대화 중에, 미국의 대학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강의, 학과 업무, 연구 등의 분리된 운영으로 교수로써 강의에 전념할 수도, 업무에 전념할 수도,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도 있었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우리의 대학 환경은 강의와 연구, 학과 업무가 중첩되어 진지한 강의를 준비하기도, 의미있는 연구에 전념하기도 힘들다는... 그리고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뭔가 포기하게 된다는 말씀. (아... 그 분의 강의가... 살짝 그립네.)
우리 공교육 환경도 그런 것 같다. 다부진 다짐, 의지가 없고서는... 과중한 환경에서는 뭔가 포기하기 쉬운 것을, 또는 포기해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OECD 국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지표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 그들과 어깨도 나란히 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이겠지? 물론 공교육의 질에 있어서도 우리는 이미 높아진 눈높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자식에 비하면 75%의 비용밖에 투자되지 않는, 그들의 자식에 비하면 선생님으로부터의 눈길도 6~70% 정도에 그치는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 부모로써 성이 차지는 않겠다.
그런데 어떡하지? 그렇다고 교사를 더 뽑고 더 많은 비용을 교육에 투자하려면... 더 많은 세금을 걷든지 아니면 잘못 쓰이고 있는 돈의 흐름을 바꿔야 할텐데... 세금을 더 걷으면 세금폭탄 무서워서 대한민국에 못살겠다고 할 것이고, 운하 만들어 물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니 어차피 망가진 교육따위에 쓸 돈 있으면 운하에 써야 하는... 것인가? 표시나지 않는 것을 포기한다면... 교육 투자 포기의 순위는... OECD 최상위권이 아닐까...
대한민국 교사
뭔가 중요한 일을 해야하는 자리가 있다. 말하자면 내 아이의 교육을 맡아줄 그런 자리다. 그 자리에 누가 있었으면 좋겠나? 퇴근 후 접시닦고 주말에는 편의점 알바하느라고... 표시나지 않는 주중 수업시간에 살짝씩 졸고 있는... 생계에 쪼들려서 미술 지도 중 밀린 월세는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는 그런 사람을 원하는가?
대부분의 회사들은 직원의 이중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일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업체/점포 등을 소유하는 것 역시 금지하고 있다. 부업으로 지친 몸, 점포의 경영 상태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본 업무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이다. 누구에게 고용되어있건 국가에 봉사하고 있건 마찬가지다.
사실, 다른 못난 사람들에 비하여 그렇게 많은 죄를 진 사람들이 아닌데... 무슨 천문학적 비자금을 만들거나 노조를 탄압하거나 심지어는 도시를 쓸어가며 정권을 잡거나... 이런 떳떳한 공공의 적들에 비하면 정말 선량한 소시민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이 그들인데 왜 그렇게 씹혀야 하지? 누구 누구 할 것 없이 500원씩 걷어서 바닥이 들어난 물길에 댐 쌓는답시고 꿀꺽, 강물 삼키듯 동전 삼킨것이... 혹시 그 돈 선생님께 냈으니 그렇게 꿀꺽 삼키고 축재한 게 교사인줄 알고 있는 것인가? 흔들린다는 공교육에 대하여 누군가 욕을 먹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것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도 아니면... 학창시절, "사랑의 매" 몇 대 맞은 것에 한이 맺혔던 것일까?
기자양반, 힘내시고 철 좀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