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선생 - "클라우드 컴퓨팅과 친하지 않은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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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무기로써의 칼의 자리를 총이라는 혁명적인 무기가 대신한 것이 언제의 일일까? 글쎄, 어쨌든 여전히 부엌에서, 책상 위에서 "칼"이라는 도구는 나름의 역할을 다 하고 있으며, 그 자리를 "화약 혁명"의 산출물인 "총"이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이 문장이 궤변으로 느껴질 정도?

최근, IT 분야에서는 몇가지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분명,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IT의 미래를 바꿔놓을 대단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거대한 움직임은 누구에게나 감지될 정도로 큰 것이어서, 너도 나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외치며 심지어는 그것만이 전부인 양 떠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은총알? 서부로? 아무튼,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컴퓨팅", "소셜 서비스"라는 "변화의 바람 삼총사"는 관련 업체는 물론, 업계에 종사하는 개개인의 미래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모두가 은총알에 열광하고 있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친하지 않은 분야 - IDGKR
미국 에너지부는 클라우드 업체를 대상으로 특정 운영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테스트했다. 페더럴 컴퓨터 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부 관계자는 “에너지부 마젤란 클라우드 컴퓨팅 테스트베드의 초기 결과는 상용으로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날씨 계산과 같은 MPI(Message Passing Interface) 애플리케이션 운용 성능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기사가 나왔다. 이 글을 본다면 "그래서 분산 컴퓨팅에서 MPI같은 _잘못된_ 방식을 쓰면 안되는거에요!!" 하면서 방방 뜰 누군가의 환영이 보이는 듯 하여... 순간 기겁! ㅋ

핵심적인 것은 역시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클라우드에 적합하지는 않다는 것. 특별한 커뮤니케이션이나 동기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분명히 ‘최악의 후보’군에 포함된다. 이와 함게 설계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다른 애플리케이션과의 결합도가 높은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자체 프로세서에서 대규모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도 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총과 칼이 아니라 칼 하나만 보더라도, 횟집에서 쓰는 칼과 가정의 부엌에서 쓰는 칼이 다르고, 연필 깎는 칼과 수염 깎는 칼이 다르다.


이야기가 딴 길로 빠지는 것 같은데, 어쩌면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나? ㅋ 응용 분야에 따라 다른 도구를 사용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며 거의 모든 사람이 이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환희와 열광에 빠진 나머지, 세상 모든 것이 붉게 보이기도, 푸르게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또한, 자신이 신봉하는 무언가를 향한 열정과 투지로 말미암아 세상 모든 것을 그 쪽으로 밀어넣으려고 애쓰기도 하고... (영화 "간장선생"이 생각나네...)

간장선생 (Kanzo Sensei; 1998; 일본)


사회와 고객에게 책임을 다해야 하는 "엔지니어"라는 직업/역할은, 그런 면에서 전문 지식 못지않게 주변의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균형 감각과 판단력, 옳은 선택을 위하여 자신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양심과 신뢰가 받혀줘야 비로소 완성된 "엔지니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꼭, 헤헤... 멀티미디어 교육 컨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를 수행하려는 고객에게, 그러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에 대한 분산 컴퓨팅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우기는 모습을 꼬집어서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ㅋㅋ

기사 원문: Where the cloud isn't the right tool for the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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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kyll로 github에 블로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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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탓으로, 대부분의 블로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WYSIWYG 방식의 편집기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게, 제멋대로 HTML 포매팅을 해버리고 어떤 경우에는 그 결과가 상당히 못마땅한 경우가 종종 있다.

내게 있어서 글을 쓰는 작업은, 그 글이 블로그처럼 단순한 경우라 할지라도 내 자신의 포매팅이 가능한 편이 좋다. 또한 글을 쓰면서 자꾸 마우스에 손을 올려야 한다면 그것도 그리 재밌는 일이 아니다.

헉! 이런…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군…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고 있을 WYSIWYG 편집기보다 Wiki 등에서 사용하는 textile, markdown 등의 실속형 마크업이 내겐 무지하게 편하게 느껴진다. 이 얼마나 좋은가? 쓰면서… 타이핑 만으로도 그 결과를 떠올릴 수 있다! (뭐라?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떠올리는 것이 좋다는 뜻? 글로만 보면 좀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네… 하지만 써보시라! 느끼실 것이다.)

그런 나에게, github와 jekyll이 똘똘 뭉쳐서 제공하는 블로깅 기능은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의 포스팅을 textile로 포매팅할 수 있고 게다가 그것을 git로 관리할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야호!!

그런데 좀 문제가 있다. 이것이 말 그대로 “static site generator”라서… 일반적인 블로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양뱡향성이 기본적으로 빠져있다는 것. 뭐, 누가 내 글에 코멘트를 남기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좀 그렇다. 다행인 것은, Disqus, Skribit 같은 서비스를 연동하게 되면 코멘트, 트랙백, 사용자 요청 등의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 그것은…

Twitter 등에 새 포스팅을 알리려면?

일단, 이 문제는 Twitter Feed 서비스가 풀어주기는 한다. RSS 피드를 받아다가 그것을 기반으로 twitter, facebook 등의 소셜 사이트에 다시 포스트해주는 기능.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충분치는 않으며 관리 포인트가 늘어난다는 면도 좀 그렇고…

원격 블로깅 도구를 사용하려면?

이게 지금으로썬 풀리지 않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 예전에 blogger, tistory, wordpress 등을 사용하거나 시험하던 시절에는 Firefox 플러그인인 ScribeFire를 사용하여 웹을 떠돌다가 인용하여 포스팅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쉽게 블로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github+jekyll에서는 이것이 불가능! 이 구성을 사용하는 지금은 vi로 편집하고 git로 포스팅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제 모바일 시대가 오면… 설마 모바일 단말에 git 설치하고 vi 등으로 편집해서 git로 올리는… 그런 일이 있겠나? 응? 허허…

인터넷+모바일+무선통신+소셜 시대를 준비하는 마당에… 이것은 아니야…

블로그는 블로그인데… 그 특성의 많은 부분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아닌데…

아직 Jekyll 과 많은 친분을 쌓지도 못했는데… github 기반 블로깅을 시작하면서 느낀 흥분이 채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이 시스템이 제공하는 간단함과 완전한 자유와 내맘대로 디자인과 페이지 구성… 아직 다 만끽하지도 못했는데… 다시 블러그 서비스의 그 사악한 무거움과 악날한 Wysiwyg 편집기를… 보고싶지 않은데…

이 일을…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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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지하철 선릉역, 분당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하여 올라오는 계단. 늦은 출근 시간에 어떤 할아버지가 길을 묻고 있다. 사람들을 가득 싣고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 대고…

“갈아탈려면 여기로 내려가요?”

사실, 그 모습은 허공에 묻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아무도,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방향을 착각하고 올라온 터라 다시 내려가려던 내가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여기로 내려가면 되는가…”
“분당 가시려고요? 2호선 반대 방향으로 가시려고요?”
“여기로 내려가면…”
“어디로 가시는지 알려주셔야 도와드리죠~”
“…”

그러고는 그냥 내려가신다. 뭐라… 더 할 말도 없고… 나도 그냥 바쁜 내 길을 내려가려 하는데… 반쯤 계단을 내려오시더니, 혼잣말로 한마디 하시네.

“서현이…”

ㅋ 돌아서서 “올라가셔서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가세요” 말해드리긴 했지만… 여전히 좀… 씁쓸하고 황당하다.

어째서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묻거나 도움을 구하려하지 않고 허공에 외치고 계셨던 것일까? 왜 내가 행선지를 물었을 때, 행선지를 말해주시는 대신 “이 계단으로 내려가면 되느냐”는 _행동_에 대하여 이야기하신걸까? 혼잣말이라도 들었으니 망정이지…

이 할아버지 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업무적으로 고객을 만나다 보면 가끔 일어나는 일 중 하나가, 그들이 실제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문제의 본질은 말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미리 설정해둔 방향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방향이 잘못된 정보나 잘못 알고 있는 지식, 그들이 기존에 해왔던 방식이나 관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문제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1. 답을 구하려거든 구체적인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라.
  2. 내 판단, 모범 답안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전달하라.
  3. 들을 준비부터 하는 것은 당연. 딴청 부릴려면 묻지도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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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untu 10.04 Lucid Lynx의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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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분투 리눅스(Ubuntu linux)는, 언제였더라? 그 첫 만남부터 기존의 리눅스 배포본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류를 위한 리눅스"라는 그들의 슬로건 만큼이나, 뭔가 "아~ 나를 고려하고 만들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있다고나 할까? 나 역시 "리눅스 배포본 제작"이라는 일을 해봤기 때문에 그들의 결과물을 보면서 그들이 겪었을 고민을 떠올려 볼 수도 있었다. (그들의 철학)

Ubuntu 10.04 Lucid Lynx, 우분투 리눅스의 전환점?

LTS버전이기도 한 10.04 버전은 어떤 의미를 갖을까? 지난 9.xx 가 "우분투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의 만남"이었다면, 이번 10.xx는 "우분투와 소셜네트워킹(Social Networking)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2009년의 버전들은 가상머신을 위한 커널의 기본 제공, 가상화 용도의 설치 편의를 위한 메타패키지 지원, virtio 지원 강화 등 다양한 kvm의 기능 향상 등을 통하여 가상화/kvm 관련 기능들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클라우드 컴퓨팅 형태의 가상화 자원관리 시스템인 Eucalyptus의 적용을 통한 UEC(Ubuntu Enterprise Cloud)라는 주요 구성 요소의 추가가 이루어졌다.

이번에 발표된 10.04에서도 역시 가상머신이 사용하는 메모리의 동일한 영역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물리머신의 가상화 집적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인 KSM의 도입 등, 가상화를 포함한 서버측 기능 향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Social from the start"라는 표현이었다.

데스크톱 버전과 UNE(Ubuntu Netbook Edition)/UNR(Ubuntu Netbook Remix)에는 지난 버전부터 등장한 IM 플랫폼인 Telepathy/Empathy 플랫폼과 함께 Twitter, Facebook 등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지원하는 소셜 네트워크 클라이언트인 Gwibber가 기본 설치되며 새로 등장한 'Me Menu'를 통하여 이들 프로그램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Ubuntu One을 다각도로 향상켜 단순한 파일 공유 이외의 Firefox 설정을 클라우드에 보관하게 한다든지, Ubuntu On Music Store를 이용하여 음악 다운로드를 한다든지 하는 하는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인터넷 활용, 또는 마케팅적으로 말하면 "개인 영역의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써의 소셜네트워크의 활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서버용과 개인용 양쪽에서 이제 새 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터넷 기반 컴퓨팅"의 장이 열렸음을 캐노니칼(Canonical)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지어도 되는 것일까? 아니, 구태여 남의 입을 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컴퓨팅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열려가고 있고, 캐노니칼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되겠다.

됐고, 내 느낌!

음... 이번엔 조금 슬픈 이야기이다. 보수적인 개인 성향도 작용했겠지만, 우분투 리눅스를 사용하면서 6개월 단위의 판 업데이트를 "착실하게" 쫓고 있지는 않다. 게으름 때문인 경우도 있고... 간혹, 맘에 차지 않는 판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의 업데이트는 한글 메시지의 번역 품질이 일관성 면에서, 그리고 느낌이나 전달력 면에서 많이 떨어졌던 경우도 있고, 이번 10.04 버전으로 업데이트한 한 데스크톱에서는 Firefox로 Gmail을 접속했을 때 화면 갱신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문제가 보이고 있다. (새로 설치한 UNE에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아마도 비디오카드 관련 문제일 가능성도 있고...)

UNE에서 발견된 문제는, 기대했던 Gwibber에서 facebook 계정 등록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견되었다. 깊이 들여다 보고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요즘 왜이리 만사가 귀찮은지... :-(

아무튼 새로운 테마도 맘에 들지 않고 해서... 일단 UNE는 기존의 8.10를 기본부팅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주 랩탑은 아직 업데이트를 보류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오늘은 어버이날이 하루 지난 5월 9일이고 10.04의 첫번째 설치를 한 것이 5월 1일이니... 뭐라 평을 하기는 이르겠지? 일단 좀 더 써보자.

자유소프트웨어, 근원적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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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소프트웨어의 본질은 무료, 자유도, 또는 기술이 아닌 나와 공공의 안전에 있다.

이미 지난 10년을 "오픈소스"라고 씌인 머리끈을 묶고 밥 벌어 먹고 살아오는 동안, 어느 틈엔가 그 속에서 삶, 직업이라는 관념 속에 희석되어버린 나의 모습을... 얼마 전, 이 주제와는 별로 관련도 없는 대화 속에서 발견해버렸다. 자유소프트웨어 정신.

요즘은 자유소프트웨어라는 용어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고 접하게 되는데, 내가 몸 담고 있는 팀의 이름도 그렇고... 오픈소스 라는 용어의 포괄성 때문인지, 대부분의 매체나 기관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음... "오픈소스, 그것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 라는 해묵은 질문이 그 순간 나를 자극한 것일까? "그래, 과연 오픈소스가 돈이 되는 거야?", "아니, 그렇다면 오픈소스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데?", "도대체 왜 소스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야?" (본질을 모른 채 그것을 이용하여 돈을 벌겠다는 것은 우끼지 않은가?)

내 주관적 기준으로 이 질문의 답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내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내가 어쩌다가 이 길을 걷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나? 왜 내가 만든, 당신이 만든 소스를 열어야 하는가? ... 어쨌든,

업무 속에서 오픈소스에 대하여 이야기하거나 또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대체로 무료라는 점과 공급자에게 얽메이지 않는다는 점, 공개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의한 장점, 자꾸 열려만 가는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 등의 "현상"에 집중하여 이야기되는 듯 하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하여 투자를 줄이려는 것도 맞는 얘기고 경제적으로든 결정권에 대한 부분이든 누군가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는 것도 맞는 얘기다. 물론, 소수의 재능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물건보다 (그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눈들이 부릅뜨고 보고 있는, 수없이 다양하고 심도있는 개발자들의 역량이 자율(또는 과시, 존재감의 발로)에 의하여 녹아나오는 방식의 장점 역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고, 이렇한 방식 또는 유사한 개념이 세상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 이것이 "본질"일까? 글쎄... 이것은 단지 "현상"일 뿐이지 않을까? 그럼 왜! 열어야만 하는가?

소프트웨어는 딱히 모양을 갖추고 있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기존의 음식물, 건축물, 생활 필수품 등과 마찮가지로 이미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품"이 되어버렸다. 음식물이 그렇듯, 건축물이 그렇듯, 흔들려서는 안되는, 어쩌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성격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가 음식에 대한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확인시키고 건물의 설계도를 숨기지 않듯이, 소프트웨어 역시 그것이 어떤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최종 사용자로 하여금 필요한 경우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간식으로 먹을 음료수에 내 몸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는 발암물질이 함유되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싶듯이, 집의 구조를 바꾸고 싶을 때 어떤 벽이 내력벽인지 설계를 확인해야 하듯이,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 들여다 봐야 하듯이, 소프트웨어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면 그것 역시, 어떤 구성요소로 개발되었는지, 어떻게 씌여져 있는지, 필요한 경우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까지도 가능하도록 되어있어야 한다. 내 집을 지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주택 수리 업체로부터 집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듯이, 소프트웨어 원 저작자나 제작사가 곁에 없더라도 (망했든, 유지보수 계약이 끝났든) 지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개발자나 회사로부터 (대체로 잘 돌아가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문제 부분을 찾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소프트웨어의 소스가 열려있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가능성은 있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특수 분야의 것이 아닌 이상, 또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소프트웨어일수록 그것은 이미 공공의 영역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공공 영역에 있다는 말은 주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모두에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도록 열려있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속이 가려져 있어서 문제가 있더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의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원 저작자가 아니면 어찌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는 이미 그 존재부터가 공공의 적이 아닐까?

자유소프트웨어의 핵심 원리는 사회적 책임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표현 속에는 엔지니어로써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일가? 자신이 한 일의 품질을 책임져야 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가적 문제에 대한 책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인 또는 그들이 속한 집단, 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교통사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가? 회사의 지속적인 존재를 보장할 수는 있을까? (최소한 소프트웨어의 생명주기 범위 내에서라도...) ... 오픈소스 기업이 주장하는 "소유 및 사용권 판매가 아닌 서비스"라는 사업 형태는 그러한 모습을 가짐으로써 이러한 문제로부터 기업과 사회가 서로 자유로와 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베일에 가린 소프트웨어의 "사용권 구매"가 안전한 것인가 속이 훤히 보이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서비스 구매"가 안전한 것인가?


잊고 지냈던 초심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준 한 동료에 대한 진정어린 감사를 마음에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