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소프트웨어, 근원적 본질은?
블로그가 이사를 갔어요!
죄송합니다! 대부분의 글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일부는 유지하지 못했습니다!10초 이내에 새로 옮겨진 페이지로 이동할 겁니다.
원하시는 글이 아니면 전체 목록을 확인해주세요!
소용환의 생각저장소 / 아카이브
자유소프트웨어의 본질은 무료, 자유도, 또는 기술이 아닌 나와 공공의 안전에 있다.
이미 지난 10년을 "오픈소스"라고 씌인 머리끈을 묶고 밥 벌어 먹고 살아오는 동안, 어느 틈엔가 그 속에서 삶, 직업이라는 관념 속에 희석되어버린 나의 모습을... 얼마 전, 이 주제와는 별로 관련도 없는 대화 속에서 발견해버렸다. 자유소프트웨어 정신.
요즘은 자유소프트웨어라는 용어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고 접하게 되는데, 내가 몸 담고 있는 팀의 이름도 그렇고... 오픈소스 라는 용어의 포괄성 때문인지, 대부분의 매체나 기관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음... "오픈소스, 그것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 라는 해묵은 질문이 그 순간 나를 자극한 것일까? "그래, 과연 오픈소스가 돈이 되는 거야?", "아니, 그렇다면 오픈소스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데?", "도대체 왜 소스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야?" (본질을 모른 채 그것을 이용하여 돈을 벌겠다는 것은 우끼지 않은가?)
내 주관적 기준으로 이 질문의 답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내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내가 어쩌다가 이 길을 걷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나? 왜 내가 만든, 당신이 만든 소스를 열어야 하는가? ... 어쨌든,
업무 속에서 오픈소스에 대하여 이야기하거나 또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대체로 무료라는 점과 공급자에게 얽메이지 않는다는 점, 공개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의한 장점, 자꾸 열려만 가는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 등의 "현상"에 집중하여 이야기되는 듯 하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하여 투자를 줄이려는 것도 맞는 얘기고 경제적으로든 결정권에 대한 부분이든 누군가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는 것도 맞는 얘기다. 물론, 소수의 재능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물건보다 (그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눈들이 부릅뜨고 보고 있는, 수없이 다양하고 심도있는 개발자들의 역량이 자율(또는 과시, 존재감의 발로)에 의하여 녹아나오는 방식의 장점 역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고, 이렇한 방식 또는 유사한 개념이 세상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 이것이 "본질"일까? 글쎄... 이것은 단지 "현상"일 뿐이지 않을까? 그럼 왜! 열어야만 하는가?
소프트웨어는 딱히 모양을 갖추고 있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기존의 음식물, 건축물, 생활 필수품 등과 마찮가지로 이미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품"이 되어버렸다. 음식물이 그렇듯, 건축물이 그렇듯, 흔들려서는 안되는, 어쩌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성격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가 음식에 대한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확인시키고 건물의 설계도를 숨기지 않듯이, 소프트웨어 역시 그것이 어떤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최종 사용자로 하여금 필요한 경우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간식으로 먹을 음료수에 내 몸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는 발암물질이 함유되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싶듯이, 집의 구조를 바꾸고 싶을 때 어떤 벽이 내력벽인지 설계를 확인해야 하듯이,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 들여다 봐야 하듯이, 소프트웨어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면 그것 역시, 어떤 구성요소로 개발되었는지, 어떻게 씌여져 있는지, 필요한 경우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까지도 가능하도록 되어있어야 한다. 내 집을 지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주택 수리 업체로부터 집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듯이, 소프트웨어 원 저작자나 제작사가 곁에 없더라도 (망했든, 유지보수 계약이 끝났든) 지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개발자나 회사로부터 (대체로 잘 돌아가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문제 부분을 찾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소프트웨어의 소스가 열려있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가능성은 있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특수 분야의 것이 아닌 이상, 또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소프트웨어일수록 그것은 이미 공공의 영역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공공 영역에 있다는 말은 주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모두에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도록 열려있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속이 가려져 있어서 문제가 있더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의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원 저작자가 아니면 어찌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는 이미 그 존재부터가 공공의 적이 아닐까?
자유소프트웨어의 핵심 원리는 사회적 책임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표현 속에는 엔지니어로써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일가? 자신이 한 일의 품질을 책임져야 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가적 문제에 대한 책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인 또는 그들이 속한 집단, 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교통사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가? 회사의 지속적인 존재를 보장할 수는 있을까? (최소한 소프트웨어의 생명주기 범위 내에서라도...) ... 오픈소스 기업이 주장하는 "소유 및 사용권 판매가 아닌 서비스"라는 사업 형태는 그러한 모습을 가짐으로써 이러한 문제로부터 기업과 사회가 서로 자유로와 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베일에 가린 소프트웨어의 "사용권 구매"가 안전한 것인가 속이 훤히 보이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서비스 구매"가 안전한 것인가?
잊고 지냈던 초심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준 한 동료에 대한 진정어린 감사를 마음에 담고...
'오픈소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Ubuntu 10.04 Lucid Lynx의 첫인상 (0) | 2010.05.09 |
---|---|
KLDPConf 8.12 후기 (1) | 2008.12.07 |
Landscape: Canonical의 새로운 서비스, SaaS (SMS as a Service) (0) | 2008.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