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지하철 선릉역, 분당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하여 올라오는 계단. 늦은 출근 시간에 어떤 할아버지가 길을 묻고 있다. 사람들을 가득 싣고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 대고…

“갈아탈려면 여기로 내려가요?”

사실, 그 모습은 허공에 묻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아무도,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방향을 착각하고 올라온 터라 다시 내려가려던 내가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여기로 내려가면 되는가…”
“분당 가시려고요? 2호선 반대 방향으로 가시려고요?”
“여기로 내려가면…”
“어디로 가시는지 알려주셔야 도와드리죠~”
“…”

그러고는 그냥 내려가신다. 뭐라… 더 할 말도 없고… 나도 그냥 바쁜 내 길을 내려가려 하는데… 반쯤 계단을 내려오시더니, 혼잣말로 한마디 하시네.

“서현이…”

ㅋ 돌아서서 “올라가셔서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가세요” 말해드리긴 했지만… 여전히 좀… 씁쓸하고 황당하다.

어째서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묻거나 도움을 구하려하지 않고 허공에 외치고 계셨던 것일까? 왜 내가 행선지를 물었을 때, 행선지를 말해주시는 대신 “이 계단으로 내려가면 되느냐”는 _행동_에 대하여 이야기하신걸까? 혼잣말이라도 들었으니 망정이지…

이 할아버지 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업무적으로 고객을 만나다 보면 가끔 일어나는 일 중 하나가, 그들이 실제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문제의 본질은 말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미리 설정해둔 방향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방향이 잘못된 정보나 잘못 알고 있는 지식, 그들이 기존에 해왔던 방식이나 관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문제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1. 답을 구하려거든 구체적인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라.
  2. 내 판단, 모범 답안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전달하라.
  3. 들을 준비부터 하는 것은 당연. 딴청 부릴려면 묻지도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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