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를 왜 하는가?
넷스케이프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근래까지 유지해온 북마크 파일을 현재는 쓰지 않고 있다. 벌써 열살이 넘은 그 북마크... 사실, 지금은 어디에 마지막 백업이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어디에 뒀더라..." 하면서 찾아다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말 그렇다면,
지금까지 북마킹은 왜 했는가? :-(
북마크의 첫번째 목적은 말 그대로 펼치고 싶은 페이지를 순식간에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서, 자주 떠들러보는 페이지, 웹사이트를 단숨에, 주소줄에 URL을 쳐 넣지 않고도 찾아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는 것. 그럼 자주가는 사이트란 무엇인가? 예를 들면 이 곳 나의 블로그, 나의 웹메일 서비스, 나의 회사 홈페이지(가본지가 언제인지...) 뭐 이런 것일까?
웹서핑을 하다보면 (사실, 웹서핑은 예전에 시간도 많고 호기심도 많았던 학생때 얘기고 지금은 "웹서칭" 정도가 맞는 표현이겠다.) "자주"는 고사하고 "담에 꼭 한번은" 시간을 내서 다시 보고 싶은, 또는 언젠가는 유용할 것 같은 페이지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주소, URL을 기억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 역시 북마크이다. 나의 경우, 이것이 북마크를 사용하는 보다 주된 이유였고(참 보고싶은 페이지도 많았다.) 아마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에서 북마크를 사용하게 되면서 "분류"의 필요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넷스케이프가 지원하는 북마크는 "
계층화된 분류"가 가능하였다. 흔히 말하는 디렉토리 구조인데, 이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파일시스템의 구조와도 같고 야후! 등의 초기 검색엔진에서 활용하던 자료 분류 구조와도 같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북마크를 한참 사용하던 시절에는 "내 데스크탑에 사는 작은 야후"를 꿈꿨었던 것도 같다.
이 계층화된 분류는 한 가지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우습게도 바로 "계층화"되어있다는 점 그 자체이다. 계층화된 분류는 주로 나무가지 모양에 비유되게 되는데, 이 계층화 방식을 사용하여 분류되는 어떤 대상 또는 나뭇잎은 이 북마크라는 나무의 특정 줄기, 가지 끝에 놓여야만 한다. 즉, 유일한 부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도데체 어떤 부모에게 이 나뭇잎을 점지해줘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MPlayer라는 소프트웨어는 open-source 아래 둬야 하나, linux 아래에 둬야 하나? 아니면 multimedia 아래가 맞는 걸까?
계층화된 분류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개념으로
"키워드 기반 분류"가 있다. 기왕에 예로 든 MPlayer에게 opensource, linux, multimedia,... 등의 "키워드", 특성을 담은 단어들을 부여하는 것이다. 요즘은 거의 같은 의미로 "
태그"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첫 북마크는 "노트"에 "볼펜"으로 기록되어졌다. 브라우져의 북마크 기능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프로그램 속의 북마크 기능보다 종이와 펜이 좋았다. 그렇다. 내겐 펜과 종이가 더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종이와 펜은 그 많은 호기심을 담아내기 역부족이었고, 결국 북마크 기능을 쓰고야 만다.
그 시절 내겐 개인 소유의 컴퓨터가 없었다. 당시 살다시피 하던 방의 서버를 거의 개인 데스크탑처럼 쓰긴 했지만, 내 소유가 아니라는 느낌은 여전히 강하여 데이터 로밍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다행히 넷스케이프는 프로파일의 로밍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서 이 기능을 사용하여 북마크의 중앙 보관을 할 수 있었으며 초기 직장생활 무렵까지 쓸모있게 잘 사용했었다.
어쨌든, 넷스케이프의 북마크는 내부적으로 하나의 HTML 파일 형태를 띄고 있으며 앞서 얘기한 키워드 기반의 자료 분류에는 그다지 좋은 형식이 아니다. 키워드 기반 분류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의 활용이 필요한 것 같다. 결국,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되는데, 기왕 그렇다면 로밍 역시 고려하는 편이... 아니, 아예 웹기반 북마크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초기의 기초적인 개인화 개념을 가진 웹서비스(가령 드림위즈의 웹데스크탑 같은, 또는 예전에 My Naver 라는 것도 있지 않았나?)들 역시 온라인 북마크 기능을 지원했지만 "허접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 시간, 시간... 결국 그런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기반의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그리고 키워드 기반 분류가 가능한 그런 북마크. 어찌나 반가운지...
10년을 기다렸습니다. 눈물 뚜욱~!
그리고 오늘...
그 모든 것에 대한 회의에 빠져든다.
북마크가 정말 필요해?
북마크에 담아둔 페이지를 필요한 시점에 유용하게 잘 찾아쓴 경험도 물론 많다. 그런데, 근래의 내 행동을 자세히 보면, 오래된 10년 전통의 북마크는 물론이고 온라인 북마크까지 너무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없는것 처럼 여긴다. 뭔가 찾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북마크를 보기 보다는 그냥 구글에게 물어보고 있는 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마크는 아직 살아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