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 지각을 이루는 수많은 물질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산소(O)와 규소(Si)입니다.* 이 흔해빠진, 발에 치이는 O 네개가 Si 한개와 만나 쬐그만 Si를 중심에 두고 사면체 모양으로 뭉친 것이 바로, Silicate Tetrahedron, 규산염 광물의 기본 틀인 SiO4 입니다. 저의 오랜 본질(Identity)이죠.

내겐 나름... 내 뿌리인 지질학의 느낌을 담으면서 동시에 흔해 빠졌지만 본질이 되는, 골격이 되는, 뭐랄까 "풀뿌리" 스러운 의미를 동시에 담은 그런 의미있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오늘 퇴근길 통근버스 속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 브랜드가 그랬었구나..."

인터넷 세상에서 실제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나에게 sio4라는 ID는 말 그대로 나의 존재이며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게 됩니다.

"에스 아이 영(0) 사? 오(5) 아이 영 사?"
"뭐라고 읽어야 하나요? 시오포? 시공사?"

실제로 몇달 동안 함께 일했던 인도인 엔지니어들은 끝끝내 내 성을 "시오" 쯤으로 부르기도 했고요. (비슷하긴 하죠.) 아! 물론, 처음부터 딱 하니 sio4의 사전적인 의미까지 읽어내는 사람들도 있죠. 동문들, :-) 유사 전공을 가진 사람들, (하이텔 지질학 동호회에 가입했을 때, 일단 ID 만으로도 다들 반겨주었던 기억**) ...

하/지/만/ 확실한 것은 브랜드로써, 첫인상도 어렵고 부르기도 어렵고 입에 쉽게 붙지도 않고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 이런 이름은... 확실히, 의미가 어쩌니, 본질이 저쩌니 하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하... 브랜드란 이런 것이었군요!


아! 십년도 넘은... 나의, 본질에 충실한 브랜드여!

  • 오시알페카나크마(O,Si,Al,Fe,Ca,Na,K,Ma)이런거 기억나시나?
  • 그 동호회 사람들 ID가 몽땅 그런식이었죠.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epidote, topaz 뭐 이런거...